독하게 합격하는 방법 - 전효진
누군가 찾는다고 끌려다니지 말기 바란다. 많이 부른다고 해서 여러분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여러분은 그 사람의 남는 시간을 때워주는 역할을 하는 것일 뿐일 수도 있다.
#23
아침에 일어나서 책상에 앉을 때까지의 시간이 너무 느슨하면 안된다. 아무 생각이 없을 때 반사적으로 책상 앞에 앉아야 한다. 기선을 제압하는 것이다. 공부의 기를 꺾어주어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고 느릿느릿 시작하면 생각이 많아져서 그날 하루가 버겁고 힘들게 느껴졌다. 그랬기 때문에 동선을 짧고 간단하게 만들어야 했다. 아침에 일어나서 내가 해야 할 일은 오직 한 가지뿐이었다. 책상까지 가서 거기에 앉는 것. 그것만 기억하면 된다.
매일 아침마다 나를 설득해서 책상까지 가게 할 수는 없었다. 습관적으로, 생각 없이 학교로 가서 나도 모르게 책상에 앉아 있고, 책을 보다 보면 어느새 오전 타임이 지나가 있도록 해야 했다. 일부러 아침식사도 하지 않았다. 공복감에 공부를 해야 오래 공부할 수 있고, 아침에는 특히 식사하는 시간마저도 아까웠다.
어제 보던 책을 꺼내 어젯밤에 내일 볼 부분으로 표시해놓은 곳을 편다. 이제 눈을 책에 갖다 댄다. 그렇게 30분 정도가 지나면 마음이 편해진다. 시간이 지나 공부를 했다는 생각이 좀 들게 되면 그때서야 책에 시선을 고정한 채 가방에서 조금씩 짐을 꺼냈다. 펜을 꺼내는 순간에도 눈은 책에 둔다. 그렇게까지 한 이유는 그만큼 기선 제압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아침에 힘들게 일어나는 것을 효율적으로 만드는 방법은 앉자마자 바로 공부하는 것이다. 아침에 일어난 시각과 공부를 시작하는 시각 사이의 공백은 짧을수록 좋다. 그래야 그날 하루를 이기고 들어가게 된다.
#33-34, 아침에 기선 제압하기
화장실에서 공부를 하다 보면 내가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 것이다. 그것이다. 그 감정 때문인 것이다. 그래야 내가 정말 할 것 다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면 시험 막판에 무엇을 더 했어야 했는데 하는 미련이 생기지 않는다.
시험 전날에 하지 않을 일이라면 지금도 하지마라. 시험 전날이 되어보라, 어떤 생각이 드는지. 내가 매일 이렇게 공부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이 절로 들 것이다. 그러니 평소에도 그런 마음으로 살면 합격할 수 있다.
#36-37
그러나 나는 무의식중의, 소위 '멍 때리는' 1초도 아까웠다. 내가 공부할 수 있고 공부할 의지가 있는 모든 순간을 무의미하게 보내지 않겠다고 마음먹었다.
#48
이처럼 밤에 공부하는 것이 가장 어렵기 때문에, 저녁을 먹자마자 바로 자리에 앉는 것이 중요하다. 정 외로우면 당신이 가장 좋아하는 간식과 음악을 준비해서라도 자리에 앉아라. 일단 자리에 앉으면 반은 이긴 것이다.
어떤 사람은 공부하면서 음악을 들으면 방해가 된다고 하는데 나는 반대다. 버틸 수 있는 모든 수단을 써야 한다. 졸리면 서고, 그래도 안 되면 카페인으로, 아프면 약으로, 지루하면 음악을 들으며,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써야 한다.
#50
'시간은 항상 가는구나. 잘 가는구나. 얼른 가라. 그래야 끝낼 수 있다.' 매일 그렇게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고 내려가는 길은 감동 그 자체였다.
어쨌든 하루를 일찍 마감하지 마라. 그러면 그날 밤이 괴롭고, 그렇기 때문에 다음 날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것도 더욱 어려운 일이 되어 버린다. 하루 일과를 일찍 마감하지 않아야 몸이 적당히 피곤하고, 그래야 잠도 푹 든다. 그리고 다음 날 일찍 기상할 수 있게 된다.
#53-54
나는 혼자 공부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는다. 혼자 공부하게 되면 어느 정도를 공부해야 하는지 가늠하기가 어렵다. 해도 해도 끝이 어디인지를 모르기 때문에 만족감이 없고, 기준도 없어서 실제로는 공부가 늘어지기 쉽다. '절대적으로' 무리하거나 '절대적으로' 늘어지기 쉬운 것이다.
하지만 열심히 공부하는 사람들이 있는 공간에 함께 있으면 기준을 세우기가 쉽다. 묻어가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아침에 도서관이 차는 시간에 맞추어서 나오면 되고, 밤에는 늦게 가는 학생에게 맞추어서 나가면 된다. 낮에는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이 안 움직이면 같이 안 움직이면 된다.
#61
그렇게 스스로를 속여서 아침에 도서관이나 원래 공부하던 장소로 가지 않고 책을 보게 되면 30분도 안 되어서 잠이 들고 만다. 정신을 차리려고 뺨을 때려가며 다시 책을 보아도 이내 잠이 든다.
그렇게 오후 2시쯤이 되면 하루를 망쳤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오늘 아침 일찍 공부하러 도서관에 가서 앉았어야 했다. 잘못 판단했다. 눈물이 난다. 꺼이꺼이 울게 된다. 그렇게 놓친 하루가 안타까워서.
#65
아무튼 공부가 되든 안 되든 간에 나는 그 자리에 앉아 있었다. 그런 식으로 책을 보면서 울면, 제대로 울려고 술자리를 마련하는 것보다, 화장실에 혼자 본격적으로 울어보려고 하는 것보다 더 후련하게 눈물이 펑펑 났다. 왜냐하면 현장에서 싸우고 있기 때문이다. 현장에서 싸우며, 우는 시간까지 아끼며 공부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95
내가 생각하는 강함이란, 싸움을 잘하고 힘이 센 것이 아니라 자신의 역할을 묵묵히 해내는 것이다. 나는 나 자신이 그렇게 때문인지, 힘이 세고 잘생기고 돈이 많은 사람이 아니라, 자신의 역할을 묵묵히 해나가는 사람이 멋진 것 같다.
계속 내가 공부하기 위해 얼마나 참아냈는지를 말하고 있다. 내가 지금 말하고자 하는 것은 바로 이것이다. 버텨야 한다는 것이다. 하루 중 공부를 그만둘 핑계는 한없이 많다. 그러나 그 수많은 이유를 자꾸 지워내야 한다.
#97
나도 안다, 약을 함부로 먹으면 건강이 나빠질 수 있다는 것을. 그러나 그때는 그럴 수 밖에 없었다. 나는 불합격한 나를 견딜 수 없을 것 같았다. 나는 이렇게 사소한 것 하나도 가볍게 여기지 않고 합격과 연결된 선택의 문제로 받아들였다. 사소한 것 하나하나가 모여, 작은 노력 하나하나가 모여 합격과 불합격을 가르는 것이지, 단순히 운이나 요행으로 그런 결과가 생기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102
가급적 사람이 많은 곳, 내가 백수처럼 느껴지지 않는 곳, 내가 이 세상의 잉여 물자 같은 느낌이 들지 않는 곳에서 공부했다. 현재는 미약하지만 매일매일 목표를 향해 힘차게 전진하는 곳을 찾았다.
#124
그러고 나서 결전의 순간. 이제 한 주 중 가장 달콤한 휴식 시간이 끝나간다. 공부를 시작할 시간이 다가온 것이다. 빵과 우유를 산다. 그리고 '기어서' 공부하러 도서관에 간다.
그렇게 오후 3시쯤에 도서관 자리에 앉으면 정말 괴롭다. 공부를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다. 그러니 월요일 아침에는 이런 기분을 느끼면 안 되는 것이다. 일요일 오후 3시에는 아무도 공부를 시작하지 않는다. 당신이 가장 빨리 시작한 것이다.
#142
나는 끝까지 부정적인 생각에 시달렸지만 나의 현실은 그와 다르게 움직였다. 왜냐하면 나는 객관적으로 하루를 가장 알차게 보낸 사람이었으니까.
사람들의 감정에는 기복이 있다. 하지만 공부는 기분을 타며 하는 것이 아니다. 기분이 좋은 상태로 공부한 것만 공부이고, 기분이 나쁜 상태로 공부한 것은 공부가 아닌 것이 아니다. 그저 그날 공부할 양을 끝냈느냐 아니냐의 문제일 뿐이다. 왜냐하면 시험날은 정해져 있고, 그 날짜는 뒤로 밀리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내가 공부를 하지 않으면 나는 남들보다 스물네 시간이 부족한 상태로 시험을 보는 것이다. 나만 시험을 하루 늦게 보지 않는 한 스물네 시간을 어디서든 찾아 메워야 한다. 내일 공부하면 된다고? 그건 시험이 하루 밀리지 않는 한 안 될 일이다. 내일 할 공부는 이미 모두 정해져 있다. 따라서 그저 하루치가 날아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기분과 상관없이 해야 할 일은 반드시 해야 한다.
#149-150
사법시험을 준비한 시절, 나는 늘 생각했다. 최선을 다하자고, 더 이상 할 수 없을 만큼 하자고. 실제로 그랬다. 그래서 마음 한편으로는 붙을 것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이렇게까지 했는데 떨어지면 더 이상 어떻게 해야 하나 생각을 했었다.
합격한 뒤에 보니 변호사로서의 삶은 내가 생각했던 것만큼 아름답지는 않았다. 결국 이것을 하자고 그 고생을 했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적어도 그것은 내게 한은 아닌 것이다.
#152-153
그 외로움을 사람들은 생각하기 싫어한다. 그러나 미리 생각해보라. 미리 상상해보라. 그리고 충분히 끔찍해하라. 대신 현실이 되지 않도록 유의하라.
나는 어느 순간 그것을 깨달았다. 가진 것이 없었던 나는, 가진 것이 없으면 친구도 없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사람은 내가 잘해준다고 해서 내 곁에 남는 것이 아니라는 것도. 나 역시 누군가가 기댈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했다. 그래서 빨리 어른이 되기로 했다.
#154-155
나는 내 10대를 너무나 충실히 보냈기에,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20대 역시 충실하게 보냈기에, 30대도 그 누구에게도 미안하지 않을 만큼 온 힘을 다해 살고 있기에, 다시 돌아가 무엇인가를 더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언제 죽어도 감사하고, 언제 죽어도 미련이 남아 있지 않다.
#157
사랑하는 사람과 관계가 틀어지면, 물론 처음에는 관계를 풀려고 충분히 노력하지만 그래도 안 되면 더 이상 관계 회복을 위해 운다든지 하지 않는다. 그저 자신이 해야할 일을 묵묵히 해나갈 뿐이다. 나는 흔히 여성들이 일할 때 감정에 흔들리거나, 사적인 문제로 주변 분위기를 어둡게 만드는 것은 무능의 소치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159
지금 공부하는 일을 계속하는 것, 수험생에게는 그 이상 급한 일이 없는데도, 수험생은 스스로에게 잘 속는다.
하루는 '내가 외 이럴까? 왜 이렇게 작은 문제를 급하게 해결하고 싶어할까? 왜 이렇게 작은 문제에 흥분할까?' 생각해보다 알게 되었다. 그냥 공부가 하기 싫은 것이었다. 대놓고 공부하기 싫다고 말하고 하지 않으면 마음이 죄스러우니까, 다른 사람, 다른 사건 탓을 하는 것이다.
#162
인생이 외롭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순간, 오히려 외롭지 않다. 다른 사람들에게 짐이 되지 마라. 사람들은 이미 자신의 짐만으로도 버겁다. 울고 싶으면 조용히 혼자서 울자.
#165
지금은 내 인생의 초중반부이고, 내 인생의 마지막을 책임질 기반을 닦는 단계이다. 자리를 잡을 때까지는 정신을 차리고 냉정해져야 한다.
자기 두 발로 선다는 것은 참으로 어렵지만, 자꾸만 시도하면 어느 순간 할 수 있게 된다. 어른이 되어가는 것이다. 누구에게도 짐이 되지 마라. 거저 살려고 하지 마라. 당신의 소중한 벗, 소중한 부모님의 행복을 빼앗을 수도 있다.
#168-169
아마도 정신적, 육체적으로 더 이상 버티지 못해 무너지는 것이 슬럼프인 것 같다. 극복하려고 노력해야겠지만, 일단 겁을 먹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하다. 가급적 빨리 돌아와야 한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때다.
#184
여러분은 지금 전쟁 중이다. 여러분에게 기회를 주기 위해, 여러분이 사랑하는 사람들은 고된 노동의 현장에 서 있다. 그런데 여러분은 그런 부모님의 서러운 돈으로 하찮은 일에 얽매여 시간을 보낸다. 안타깝다. 가끔 부모님이 어떻게 사시는지, 여러분에게 돈을 주는 분들이 어떤 마음으로 사시는지, 눈을 뜨고 들여다보라.
#199
내가 수험 생활을 통해 느낀 것은, 자기 스스로의 고요함을 즐길 수 있는 사람이 강인한 사람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나는 눈빛이 살아 있는 사람이, 꿈을 꾸는 사람이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사법시험 공부를 하며 배웠고, 그때 사람 보는 눈이 많이 바뀌었다. 사람을 볼 때 가장 중요한 요소는 인품이다. 눈빛이 살아 있는 성실하고 정직한 사람, 그리고 지혜로운 사람이 최고로 향기롭다.
#199-200
나는 과감히 베팅을 한 것이다. 다 건 것이다. 내 목숨을 걸어도 상관없다고 기도했을 정도다. 실제 내 마음이 그랬다. 죽어도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일단 합격만 하자. 건강이 상해도, 수명이 줄어도 두렵지 않았다. 사람은 어차피 죽지 않는가? 나는 살아도 이런 식으로는 하루라도 더 살고 싶지 않았다. 미안함과 외로움 그리고 무기력감... 빠져나갈 길은 사법시험 합격 또는 죽음..., 둘 중 하나뿐이었다.
#202
주변 사람들에게 냉정해진다는 것은 스스로를 믿어야, 스스로의 합격이 현실화될 것은 꿈꾸어야 할 수 있는 일이다. 마치 천사라도 된 것 처럼, 자신은 합격해도 좋고 아니어도 좋다는 식으로 행동하는 것은, 겉으로는 선해 보일지 몰라도 사실은 자기 자신이 스스로의 합격을 불신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 것일지도 모를 일이다.
#203
나는 이제 안다. 기쁨도 슬픔도 지나가는 일이라는 것을. 하루살이 같은 인생살이에서 그저 최선을 다하면 그뿐이라는 것을. 이 과정 또한 지나가는 일인 것이다.
#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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