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나는 내일을 기다리지 않는다 - 강수진

독일어로 고비를 'krise'라고 한다. 이 단어는 '가르다', '나누다'는 뜻의 그리스 어인 'kritein'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즉, 우리가 고비라고 말하는 순간은 장기적인 고민의 시간이 아니라 '이것, 아니면 저것' 둘 중에 하나를 고르는 아주 찰나의 시간을 말하는 경우가 많다.

그때, 한 순간 내 몸에 편함과 느긋함을 줄 수 있는 '저것'대신에 조금은 힘들지만 어제의 나를 넘어서서 더 나은 미래의 나로 연결시켜 주는 소중한 기회인 '이것'을 선택하면 되는 것이다. 그리고 나면 모든 것은 일사천리이다. #124

 

돌아보면, 중학교 때 발레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이후로 하루라도 4시간 이상 잠을 잔 적이 없는 것 같다. 새벽에 눈을 뜨면 부족한 학업을 채우기 위해 도서관에 갔고, 끝나자마자 연습실로 직행했다. 밤 12시에도 연습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면 나는 다시 연습실로 향했다. 모나코로 유학을 와서도 그런 생활은 계속되었고,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에 입단을 해서도 그리고 그 안에서 한 단계 한 단계 올라서서도, 마침내 최고의 자리에 올라선 후에도 그런 내 모습은 바뀌지 않았다. #265

 

내겐 내일이 없다. 나는 발레를 시작한 후 지난 30년 이상을 시한부 인생으로 살아왔다. 내게 내일은 없다는 생각으로 오늘을 맞이했고, 절실하게 맞이한 오늘을 100% 살아 냈다. 그 하루가 모여 지금의 내가 되었다. #2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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