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 공지영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와 같이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과 같이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불교 초기경전 중에서
-넌 결국 여성 해방의 깃발을 들고 오는 남자를 기다리는 신데렐라에 불과했던 거야.
선우가 말했었다.
그랬다. 영선은 그 말의 뜻에 귀를 기울여야 했었다. 경혜처럼 행복하기를 포기하고, 혜완처럼 아이를 죽이기라도 해서 홀로 서야 했었다. 남들이 다 하는 남편 뒷바라지를 그냥 잘하려면 제 자신의 재능에 대한 욕심 같은 건 일찌감치 버려야 했었다. 그래서 미꾸라지처럼 진창에서 몸무림치지 말아야 했다. 적어도 이 땅에서 살아가려면 그래야 하지 않았을까.
누군가와 더불어 행복해지고 싶었다면 그 누군가가 다가오기 전에 스스로 행복해질 준비가 되어 있어야 했다. 재능에 대한 미련을 버릴 수가 없었다면 그것을 버리지 말았어야 했다. 모욕을 감당할 수 없었다면 그녀 자신의 말대로 누구도 자신을 발닦개처럼 밟고 가도록 만들지 말아야 했다. #309-310
'도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 행복에 걸려 비틀거리다 - 대니얼 길버트 (0) | 2019.02.19 |
|---|---|
| 생의 한가운데 - 루이제 린저(전혜린 옮김) (0) | 2019.02.19 |
| 월든 - 헨리 데이비드 소로(강승영 역) (0) | 2019.02.19 |
|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 - 리베카 솔닛(김명남 역) (0) | 2019.02.19 |
| 나는 내일을 기다리지 않는다 - 강수진 (0) | 2019.02.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