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담 보바리 - 귀스타브 플로베르 (김화영 옮김)
그러자 베르토의 기억이 되살아났다. 농장과 질퍽한 늪, 작업복 차림으로 사과나무 밑에 선 부친이 눈에 선했다. 착유장에서 우유 항아리 속의 크림을 손가락으로 끄집어내고 있는 자기 자신의 모습도 옛날 그대로 보였다. 그러나 섬광처럼 번쩍이는 현재로 인하여, 방금까지 그렇게 또렷했던 과거의 생활은 간 곳 없이 사라져 버렸고, 과거에 정말 그렇게 살았었는지 의심스러울 지경이 되었다. 그녀는 거기에 있었다. 그리고 무도회의 주변에는 그 나머지 모든 것을 덮고 있는 어둠뿐이었다. 그때 그녀는 마라스키노 술이 든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었는데 은으로 도금한 조개 모양의 접시를 왼손에 들고 숟가락을 입에 넣은 채 눈을 반쯤 감았다. #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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