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90년생이 온다 - 임홍택

<한겨레> 인터뷰에서 "노인들이 저 모양이란 걸 잘 봐두어라"라는 촌철살인으로 화제가 된 채현국 효암학원 이사장은 오늘날이 '먼저 안 게 오류가 되는 시대'라고 말했다. 그는 "농경사회에서는 나이 먹을수록 지혜로워지는데,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지헤보다는 노욕의 덩어리가 될 염려가 더 크다는 겁니다"라며, "지금은 경험이 다 고정관념이고 경험이 다 틀린 시대입니다. 먼저 안 건 전부 오류가 되는 시대입니다. 정보도 지식도 먼저 것은 다 틀리게 되죠"라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과거 경험이 이젠 판단의 기초 혹은 가르침의 근거가 되지 못하는 시대가 되었는지도 모른다. #67-68

 

욕구단계설에서 자아실현의 욕구를 가장 꼭대기에 올려놓았던 매슬로는 말년에 인생 최고 경험을 '자기초월', 즉 자아보다 더 높은 목적을 위한 삶에서 찾았으며, 본인이 종전에 최고 수준의 욕구로 꼽았던 자아실현이 사실은 가장 기본적인 요구라고 이야기했다. #107-108

 

90년생은 이전 세대와 어떻게 다른가? 책은 세대 정의로 시작해서 스마트 기기를 자유자재로 활용할 줄 아는 90년 생의 특징을 간단함, 재미, 솔직함으로 정의내린다. 90년생에 간신히 걸쳐있는 입장으로 공감되는 내용이 많았던 책이다. 정확한 뜻을 모른채 사용했던 인터넷 용어들(ex.짤방)에 대한 어원을 설명한 부분도 재미있었고, 이 유행어들은 빠르게 사라진다는 것(ex.OTL), 간편함을 추구하는 90년생들은 기사를 읽을 때도 3줄 요약, 댓글을 먼저보는 경향이 있다는 부분을 읽을 땐 나도 인지하지 못했던 내 행동을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그래서 책을 읽는 내내 저자의 통찰력이 정말 뛰어난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회사의 임원과 신입 사원이 된 90년생들의 생각 차이를 보면서 내가 회사에서 느꼈던 불편함의 실체가 보이는 느낌이었다. 회사가 왜 당연히 답답하고 힘든 곳이 되어야 하는지? '옛날에' 힘든 환경에서 밤샘 야근을 했던 일이 왜 성실함의 상징이 되는지? 이해할 수 없는 말을 들으면서 그냥 흘려버리려 했지만 마음 속엔 계속 반발심이 생겨났던 모양이었다.

농담을 주고 받을 수 있는 분위기에서 편하고 재미있게, 주어진 시간만큼만 일한다고 내가 성실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주변에서 흔히 자아실현과 재미는 회사 밖에서 찾는 것이고, 회사는 그저 돈벌러 오는 곳으로 생각하면 된다고들 말한다. 나도 그렇게 말해왔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을 향해 꿈과 이상이 가득한 사람이라는 시선을 보낸 적도 있다. 생각해보면 불과 몇 년 전만해도 나도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그런 분위기 속에서 회사 생활을 하면서 나도 모르게 물든 것은 아닐까? 그러면서 '사회 생활을 하며 어른의 생각을 가지게 된 것'이라고, '철이 든 것'이라고 포장을 해왔던 것을 아닐지 생각해보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