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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임 - 최인철

우리는 지금보다 더 자주 평균으로 세상을 보는 프레임을 가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예외와 우연을 인정해야 한다. 예외와 우연은 확률과 통계의 미학이고, 오늘의 과학을 가능케 한 핵심 요소다. 어떤 우연이나 예외도 인정하지 않고 모든 것을 설명하려 해서는 규칙을 발견하기가 쉽지 않다. 지구가 둥글다고 하지만, 실상 지구 표면을 보면 산도 있고 계곡도 있기 때문에 매끈한 형태의 구는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구를 '구'로 부르는 이유는 평균 때문이다. 여기저기 울퉁불퉁한 부분이 있더라도 평균적으로 보면 지구는 둥글다. 사람을 보는 우리의 눈도 그래야 한다. #145

쉽고 익숙한 '사람 프레임'에서 불편하지만 진실일 가능성이 높은 '상황 프레임'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165

10년 법칙의 창시자 앤더슨 교수도 10년 법칙이 지나치게 단순화되고 왜곡되어 일반인에게 소개되고 있다고 실토하였다. 그에 따르면, 자신이 말하는 연습이란 단순한 반복이 아니라 특정 학습 목표를 위해 정교하게 설계되고, 가르치는 선생님이 존재하며, 자기 수행에 대한 즉각적이고 반복적인 피드백이 존재하는 계획된 훈련(deliberate practice)임에도 불구하고, 일반인들은 그저 시간만 쌓아가는 단순 반복으로 오해하고 있다고 한다. #292

인생의 부사를 줄여야 한다. 불안하기 때문에 자신의 삶에 주렁주렁 매달아놓은 악세사리들을 줄여야 한다. 자신의 문장에서 불필요한 수식어들을 줄여가는 과정과 자신의 삶에서 불필요한 장식물들을 줄여가는 과정은 본질적으로 동일하다. 둘 다 생명력을 불어넣는 일이고, 자신감을 회복하는 일이다. 매일 아침 거울 앞에 서서 내 삶에서 줄여야 할 인생의 부사들을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행복에 관한 연구들이 지적하는 대표적인 인생의 부사를 꼽아본다면, '소유물'과 '타인의 시선'이다. 적정선을 넘게 되면 득보다는 독이 될 수 있는 것들이다. #293-294

프레임에 관한 가장 흔한 정의는 창문이나 액자의 틀 혹은 안경테다. 모두 '보는(seeing)'것과 관련이 있다.

나는 어떤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있었는지 생각해본다. 수동적으로 받아들인 지식과 관습은 내 시야를 얼마나 좁혀왔는지. 상황이 날 얼마나 지배해왔는지.

변화의 시작은 문제를 인지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내게 씌워진 프레임을 인지했으니 변화의 출발점에 선 것이다. 책의 마지막에 제시된 지혜롭고 자유로운 사람이 될 수 있는 11가지 방법은 변화의 방향을 제시해주었다.

1. 절차 중심의 하위 수준 프레임이 아닌, 의미 중심의 상위 수준 프레임을 가질 것

2. 자기 밖의 세상을 향해 접근할 것

3. 준비기로서 희생하는 현재가 아니라 'savoring' 대상으로서의 현재 프레임을 가질 것

4. 남들과의 횡적인 비교보다는 과거 자신 혹은 미래의 자신과의 종적인 비교 프레임을 가질 것

5. '충분한(good enough)' 프레임에서 '최고(Best)' 프레임으로 바꾸기 위해 긍정의 언어로 말할 것

6. 의도적으로 노력하고 반복적으로 행동하고 실천하기 위해 닮고 싶은 사람을 찾을 것

7. 주변의 물건들을 바꿀 것

8. 소유보다는 경험의 프레임을 가질 것

9. '어디서'의 문제보다 '누구와'의 프레임을 가질 것

10. 리프레임(reframe) 작업을 끊임없이 반복해 새로운 프레임을 습득할 것

11. 인생의 부사(副詞)를 최소화 할 것

스스로 상황에 많이 지배받는다고 느껴왔기 때문에, '상황 프레임'에 대한 부분이 공감되었다. 책에서 제시한 닮고 싶은 사람을 찾고, 주변의 물건들을 바꾸는 건 상황 프레임에 접근할 좋은 방법 같아 저 방법부터 실천해보기로 결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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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아직 나를 모른다 - 허지원

저는 강의시간에, 높은 자존감이란 '착한 지도교수'나 '부모의 손이 필요 없는 아이'처럼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신화 속 동물인 유니콘 같은 것이라고 말합니다. 허상입니다. #22

그래서 최근에는 상태 자존감state self-esteem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기도 합니다. 이 말은 삶의 맥락과 고비에 따라 얼마든지 변할 수 있는 자기가치감을 뜻합니다. 또한 이 말은 우리 모두가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변화하는 유동적인 자존감을 끌어안고 살고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23

아무튼 그분들은 자신을 몰랐고, 여전히 미성숙했습니다. 시대가 그랬습니다.

...지금 저는 그 때문에 힘겨워하는 사람에게 주 양육자의 사정을 살펴 너그러이 용서하자는 식의 감성적인 말을 하려는 게 아닙니다.

다만 우리는 거리를 두고 그때의 상황을 건조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때의 상황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때 비로소 엉망으로 엉키고 오염된 지금의 감정을 조금이나마 처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나는 그렇게 부당하게 취급받을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그런 상황이 있었던 것만은 사실이고, 이것이 나의 잘못이나 결함에서 기인하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그들은 그 나이에 알맞게, 형편없이 미숙했다." #28-29

높은 자존감이란 유니콘 같은 허상이기 때문에 누군가의 높은 자존감을 부러워할 필요도, 나의 낮은 자존감을 탓할 필요도 없다며 시작하는 이 책은 우울과 불안을 가진 사람에게 다 괜찮다고 위로해주는 느낌이었다. '아니만 말고' 태도를 고수하는 것이 삶의 의미를 찾는 것보다 더 중요하니까, 그냥 상황이 그랬다고 생각하고 기분 좋은 것들에 집중하면서 살면 된다고.

사랑하는 강아지 사진을 보는 것, 따뜻한 물로 목욕을 하는 것, 따뜻한 차를 한 잔 마시는 것. 뻔한 조언도 '연구로 입증된 방법'이라는 데이터를 붙이니 더 이상 뻔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연구 결과가 내게 실천할 당위성을 준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의 위로가 평소와 다르게 와 닿았다.

'애초의 원인 제공자가 누구든, 누구나가 인생의 한 시기에는 저마다의 지옥을 품고 가는 것이고, 훌쩍 성인이 되어서도 부모라는 과거에 휘둘리면서 고여 있기를 자처하면 슬슬 그 사람의 인간으로서의 기량이나 자립도를 묻게 된다.'라고 신경선 작가는 말했다. 분노 표출은 자존감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에 상황을 건조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는 저자의 의견은 신경선 작가와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어 보인다. 객관적으로 상황을 인지하고, 고여있지 않고 흘러갈 수 있도록 털어내는 것. 성숙한 어른이 된다는 것은 이런 과정을 거치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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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여 마땅한 사람들 - 피터 스완슨

난 지난 몇 주간 엄청난 위험을 감수했고, 다행히도 무사히 빠져나왔다. 하지만 이젠 끝났다. 완전히. 앞으로는 조용히 살면서 다시는 누구도 내게 상처를 입히지 못하게 할 것이다. 나는 계속 생존할 것이다. 초원에서의 그날 밤, 쏟아지는 별빛 속에서 얻은 깨달음을 간직한 채. 그것은 내가 특별한 사람이고, 남과 다른 도덕성을 가지고 태어났다는 깨달음이었다. 정상적인 인간이 아닌 동물, 소나 여우, 올빼미의 도덕성을.

사이코 패스 : 반사회적 행동, 공감 능력과 죄책감 결여, 낮은 행동 통제력, 극단적인 자기 중심성, 기만 등과 같은 사이코패시(psychopathy) 성향이 높은 사람

죄책감 결여, 극단적인 자기 중심성만 보면 릴리가 사이코 패스라고 생각되지만, 공감 능력과 낮은 행동 통제력을 보면 사이코 패스같지 않았다. 릴리는 사이코 패스인가? 그게 아니라면 릴리의 행동은 어떻게 설명될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은 저 문단을 읽고 해결되었다. '정상적인 인간이 아닌 동물, 소나 여우, 올빼미의 도덕성'을 가진 사람.

본능에 따른 행위에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 동물처럼, 죽여 마땅한 사람들을 죽여야 한다는 도덕성에 릴리도 어떤 죄책감도 느끼지 않는 것이다. 완전 범죄는 자신의 생존과 관련된다. 릴리는 도덕성에 따라 행동하고 사회에서 생존하기 위해 완전 범죄를 꿈꾼다.

읽으면서 조금 심심하게 느껴졌었는데 테드가 예상치 못하게 죽고, 릴리가 마지막에 편지를 받으면서 흥미진진하고 재미있는 소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마지막 편지 때문에 책을 다 읽고도 여운이 길게 남았다. 이후 릴리는 어떻게 되었을지, 부모님은 알고 있었는지, 마지막 말은 무슨 의미였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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