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여행, 혹은 여행처럼 - 정혜윤

여행자인 우리들은 낯선 무엇인가에서 의미를 끌어내고 감탄하고 기억 속에 넣으려 애쓴다. 그걸 더 확장하자면 프랑스 철학자 바디우의 "당신이 결코 두 번 보게 되지 않을 것을 사랑하시오"라는 말을 떠올릴 수 있다. 오로지 익숙하고 낯익은 것에만 머무르려 하지 않음, 낯선 것에 귀를 기울이고 마음을 열어두려 함, 도리어 차이에서 어떤 가치를 끌어내려 함. 일상에 돌아온 우리가 여행에서 바로 이런 간절함을 배운다면 우리는 길을 물어보는 낯선 사람, 우리와 완전히 반대되는 의견을 가진 사람, 두 번 다시 보고 싶지 않은 사람에게도 더 친절할 수 있을지 모른다. #99

 

필로데모스는 "길든 짧든 인생에는 더이상의 시간이란 없다. 중요한 것은 충만하게 현존하는 순간의 최대치이다. 그런데 순간은 점증적인 것들이 아니다"라고 썼고 이 말은 말할 것도 없이 카르페 디엠을 연상시킨다. 파스칼 키냐르는 카르페 디엠을 이렇게 해석했다. "우리는 매 순간에게 말해야 한다. 멈춰라! 라고." 삶은 바로 그런 식으로 재생되어야 한다고. 멈췄다가 매 순간에 솟구치고 매 지점마다 불쑥불쑥 솟아올라야 한다고. 매번 남김없이 타올라야 한다고. 인간은 현재를 진하게 농축시켜야만 한다고. 그러니 카르페 디엠이란 찰나의 쾌락에 관한 말이 아니라 매 순간의 최선에 대한 말일 것이다. 가장 좋은 순간뿐 아니라 가장 어려운 순간에조차도. #2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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