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모렐의 발명 - 아돌포 비오이 카사레스(송병선 옮김)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겠다는 내 치료 요법은 어쩌면 상당히 우스꽝스럽게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인생에서 절대로 희망을 갖지 않겠다는 것은 실망과 좌절을 맛보지 않기 위해서이고, 나를 죽은 사람으로 생각하는 것은 죽지 않기 위해서이다. 이내 나는 이런 감정이 두렵고 혼란스러운 냉담함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이 감정을 이겨 내야 한다. 도망자 생활을 시작하면서 지독히 지루한 내 삶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아 몸은 망가졌지만 그 결과 나는 마음의 평화를 얻을 수 있었다. #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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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길 위에서 - 잭 케루악(이만식 옮김)

나는 내 관심을 끄는 사람들을 만나면 항상 그랬던 것처럼 휘청거리며 그들을 쫓았다. 왜냐하면 내게는 오로지 미친 사람, 즉 미친 듯이 살고, 미친 듯이 말하고, 미친 듯이 구원받으려 하고, 뭐든지 욕망하고, 절대 하품이나 진부한 말을 하지 않으며, 다만 황금빛의 멋진 로마 꽃불이 솟아올라 하늘의 별을 가로지르며 거미 모양으로 작렬하는 가운데 파란 꽃불이 펑 터지는 것처럼, 모두 "우와!"하고 감탄할 만큼 활활 타오르는 그런 사람만 존재했기 때문이다. #1부 18

 

어디선가 기타 퉁기는 소리가 들려왔다. 테리와 나는 함께 별을 쳐다보다가 키스했다. "마냐나." 그녀가 말했다. "내일은 모든 게 다 잘될 거야. 자기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샐?"

"물론이지, 마냐나." 언제나 '마냐나'였다. 그다음 주 내내 내가 들은 말이라곤 '마냐나'가 전부였다. 그 사랑스러운 단어는 아마도 천국을 뜻하는 말이리라. #1부 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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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호밀밭의 파수꾼 - J.D.샐린저(공경희 옮김)

그건 그렇다치고, 나는 늘 넓은 호밀밭에서 꼬마들이 재미있게 놀고 있는 모습을 상상하곤 했어. 어린애들만 수천 명이 있을 뿐 주위에 어른이라고는 나밖에 없는 거야. 그리고 난 아득한 절벽 옆에 서 있어. 내가 할 일은 아이들이 절벽으로 떨어질 것 같으면, 재빨리 붙잡아주는 거야. 애들이랑 앞뒤 생각 없이 마구 달리는 법이니까 말이야. 그럴 때 어딘가에서 내가 나타나서는 꼬마가 떨어지지 않도록 붙잡아주는 거지. 온종일 그 일만 하는 거야. 말하자면 호밀밭의 파수꾼이 되고 싶다고나 할까. 바보 같은 얘기라는 건 알고 있어. 하지만 정말 내가 되고 싶은 건 그거야. 바보 같겠지만 말이야. #229-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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